미국 기업 무노조 경영 ‘흔들’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던 미국 기업 사이에서 최근 노동조합이 결성되는 사례가 느는 것은 대졸 노동자 증가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질 좋은 일자리가 대거 사라지면서 도소매업 종업원이나 물류 배송 등 전문지식이 필요 없는 업종을 선택하게 된 대졸자들이 노조 결성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최근 노조 설립 투표가 가결된 뉴욕 스태튼아일랜드의 최대 아마존 창고인 ‘JFK8’를 예로 들었다. 노조 운동 지도자 중 한 명은 대학에서 항공학을 전공한 코너 스펜스였다. 스펜스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아마존이 방역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창고직원 크리스천 스몰스를 해고하자 노조 설립 운동에 뛰어들었다. 노조 운동에 대한 서적을 탐독한 그는 아마존의 노조 설립 저지 작업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했다. 지난해 12월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던 세계 최대 커피 체인 스타벅스에서 최초로 탄생한 뉴욕 버펄로의 스타벅스 노조도 마찬가지다. 노조 결성 뒤에는 2020년 버펄로 스타벅스의 매장에 취직해 시간당 15.5달러를 받았던 브라이언 머레이의 노력이 있었다.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2017년 대학을 졸업했다. 숙련 기술이 아닌 단순한 업무를 하는 직종에서 대졸 노동자들은 소수이지만, 노조 결성 과정에는 적극적인 역할을 맡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뉴욕시립대의 노동사회학자 루스 밀크먼은 “기업은 직원들을 겁박해 노조 결성 운동을 저지하지만, 대졸자의 경우 노동법상 자신의 권리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같은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밀크먼은 대우가 좋지 않은 일자리에서 해고되는 것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대졸자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근 미국 사회에 대한 젊은 층의 절망적인 시각도 노조 결성을 촉진하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부모 세대의 경우 대학을 졸업해 열심히 일하면 편안한 삶이 가능했지만, 현재에는 부모 세대와 같은 삶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자신들의 권익을 조금이라도 지키기 위해선 반드시 노조가 필요하다는 적극적인 생각을 지니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갤럽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노조에 대한 대졸자들의 지지는 55% 수준이었지만, 최근 들어 70%까지 상승했다. 노동자 사이에서 학력 차이에 따른 위화감이 크지 않다는 것도 노조 활성화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뉴욕 창고에서 노조 결성 운동을 주도한 스펜스는 학력과 상관없이 창고 노동자들의 인생은 잘 풀리지 않았다는 공통된 의식이 단합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은별 기자미국 무노조 무노조 경영 대졸 노동자들 노조 결성